"나의 신은 당신의 얼굴을 하고 있다오" 4차선 교차로 한 가운데, 괴이한 시체가 발견됩니다. 666조각으로 이루어진, 13등신의 1인 분 시체. 그중 가장 큰 조각인 머리는 KPC의 얼굴을 하고 있습니다.
“ 너랑 있으면 쓰레기 같은 감정뿐이야. ”
열대야가 지속되는 불쾌한 여름, 깊은 새벽에 예고도 없이 찾아온 KPC가 기묘한 낯으로 당신에게 녹슨 칼 한 자루를 건넵니다. “배 속에 나비가 있어.”
숨을 막는 습도. 비와 부식에 잠긴 도시. 어둠 속에서도 자신을 잊지 말라는 듯 일렁이는 열대야. 자외선 램프로 몸을 던지는 기이한 모양의 날벌레들. 그런 벌레와 다를것 없이 죽어가는 인류. 부패한 퇴적물 위로 무심하게 자라나는 식물. 주파수를 맞추다 우연히 잡힌 방송에서 들리는, 절박한 목소리. "강이 끝나는 곳에서 기다리고 있어….”
연일 하늘이 우중충하던 어느날 PC는 KPC의 부고를 접합니다. 급히 치러진 장례식은 단출하고, 낯선 사람들이 모여 거북하기만 합니다. 당신만이 알아차리는 미묘한 어긋남. 비탄에 잠긴 사람들. 하관식에 맞춰 퍼붓기 시작하는 비. 이윽고 조문객이 빠져나간 묘지에는 비명만이 감돕니다.
비록 세계에 종말이 도래했다 하더라도 우리는 아직 살아가야 할 이유가 있으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