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독한 열대야의 절정, 새벽 내내 울리는 매미 소리 틈으로 갑작스레 찾아온 KPC가 녹슨 칼을 건네며 말합니다. 배 속에 나비가 있어. 준비하세요. 곧 수술이 시작됩니다.
총성이 울리는 숲. 눈 대신 재가 내려앉는 탄광. 검은 부토 사이로 다리 많은 것들이 기는 땅. 신 앞에서 결혼을 서약하는 순간, 당신이 변치않고 이 장원에 오래도록 머물러주길 바랬어. 비록 모든 것이 변하다는 그 사실만이 불변하겠지만.
“사람들은 경을, 괴물이라 불러요.”
“용사님! 눈을 뜨세요. 세상을 구하셔야죠!” 요란스럽게 구는 낯선 목소리가 성가시기 짝이 없습니다. 흔들흔들, 몸이 좌우로 사정없이 흔들리는 탓에 멀미가 일 지경입니다. 이건 또, 무슨 개꿈이람……. 잠자리에 들었던 탐사자는 아침 햇살을 맞으며 눈을 뜹니다. 가장 먼저 시야에 들어온 건, 잔뜩 겁에 질린 KPC입니다. 창문의 커튼을 쥔 채로 KPC가 천천히 입을 엽니다. “탐사자, 밖을 봐.” 바깥에는…… 오, 이런. 어젯밤 세계가 멸망했던가요?